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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여강여호의 신화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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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오스와 티토노스, 외모 때문에 사랑을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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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달 탐사 위성인 상아(嫦娥, 중국명은 창어’)에는 불로장생이라는 인류의 꿈이 담긴 신화가 전한다. 어느 날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나타났다. 바닷물은 말라붙고 곡식은 다 타들어 갔다. 백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때 신궁으로 유명한 후예가 나타나 하나의 태양만 남기고 9개의 태양은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 후예는 백성들의 영웅이 되었고 상아라는 여인을 만나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어느 날 후예는 곤륜산에 갔다가 서왕모를 만나 먹으면 신선이 되어 영원히 살 수 있는 불사약을 얻었다. 후예는 이 불사약을 부인인 상아에게 맡겼으나 제자 봉몽이 이 사실을 알고는 후예가 없을 때마다 상아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잘 보관하라고 했던 불사약을 봉몽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아는 어쩔 수 없이 이 불사약을 삼켜 버렸고 달에 올라가 신선이 되었다.집에 돌아온 후예는 아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슬픔에 빠져 하늘을 쳐다 보았는데 달 속에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분명 상아였다. 이날 이후 후예는 평소 상아가 좋아했던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불로장생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 아닐 수 없다.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던<은하철도 999>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 철이의 우주여행도 결국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서였다.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인간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원히 죽지 않고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불로장생이나 영생은 요원한 꿈이다. 차라리 죽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중국의 상아 신화말고도 그리스 신화에도 불로장생이라는 인류의 꿈이 투영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참 비참하다. 영원히 죽지는 않지만 늙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이 비극적 사랑에는 어떤 메타포가 있을까.

 

▲티토노스 곁을 떠나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 사진>구글 검색

 

에오스Eos는 새벽의 여신이다.헤시오도스의<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에오스는 티탄 신족인 히페리온Hyperion과 테이아Theia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 달의 신 셀레네Selene와는 형제지간이다. 에오스는 황혼의 신인 아스트라이오스Astraeus와 결합해 바람과 별들을 낳았는데 제피로스(서풍의 신), 노토스(남풍의 신), 보레아스(북풍의 신), 에우로스(동풍의 신), 파이논(토성), 파이톤(목성), 피로에이스(화성), 에오스포로스(금성), 스틸본(수성) 등이 그들이다. 한편 에오스는 젊은 인간만을 사랑하며 살게 될 운명이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Ares, 전쟁의 신)와 애정행각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에오스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그것도 죽을 운명의 젊은 인간만을 사랑하는 저주를 내렸다.에오스는 지평선 위로 올라올 때마다 젊은 청년이 어디 있나 두리번거린다. 에오스는 어쩔 수 없는 이 행동이 부끄러워 얼굴이 붉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동이 트는 새벽 하늘이 붉게 물든 이유도 다 이 때문이란다.

 

어느 날 아침 에오스는 지평선을 떠오르면서 트로이의 티토노스라는 젊은 청년에게 반하고 말았다. 티토노스Titonos는 트로이의 왕자로 키도 훤칠하고 얼굴 또한 여자라면 누구나 반할만큼 잘 생긴 청년이었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이었던 프리아모스Priamos와는 형제지간으로 라오메돈 왕과 님프였던 스트리모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참고로 프리아모스는 헤카베Hekabe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았는데 그들이 바로 헥토르Hector와 파리스Paris였다. 파리스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헥토르는 트로이 전쟁에서 생을 마쳤으니 이들 형제의 운명도 기구하다. 한편 프리아모스와 형제인 티토노스는 에오스와 결혼을 해 멤논Memnon과 에마티온Emathion을 낳았다고 한다. 즉 헥토르, 파리스, 멤논, 에마티온은 사촌지간이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티토노스의 아들들인 멤논과 에마티온은 에티오피아 왕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에오스가 티토노스에게 반해서 에티오피아로 납치했기 때문이었다. 티토노스를 납치한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남편으로 삼고 에티오피아 왕으로 앉혔다. 하지만 에오스에게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자신과 달리 티토노스는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티토노스와 영원히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티토노스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제우스는 에오스의 간청을 들어주었고 둘의 행복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엉뚱한 곳에서 둘의 행복은 파국을 맞고 말았다.

 

어느 날 보니 티토노스의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있었고 늘어진 피부에 주름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그때서야 에오스는 알았다. 티토노스가 죽지는 않지만 늙는다는 것을. 제우스에게 불사의 티토노스를 부탁할 때 늙지 않는 몸은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젊은 남자만을 원했던 에오스에게 보기 흉하게 늙어가는 티토노스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였다. 결국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궁전 구석방에 가두고 말았다. 그 사이 티토노스는 몸까지 가누지 못할 정도로 늙어갔다. 티토노스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에오스를 불렀다. 에오스는 냉정했다. 끝내 티토노스를 남편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티토노스를 가뒀던 방 안에서 들어보지 못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방 문을 열어보니 티토노스는 간데 없고 매미 한 마리가 벽에 붙어 연신 울고 있었다. 티토노스를 불쌍하게 여긴 제우스가 그를 매미로 변신시켰던 것이다.   

 

남편에게는 비정했던 에오스도 자식 사랑만은 여느 어머니처럼 끔찍했던 모양이다. 남편티토노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멤논이 에티오피아의 왕이 되어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멤논은 아버지 티토노스와 형제지간이었던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모른 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멤논은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와의 결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에오스는 멤논의 시신을 에티오피아로 가져와서 장례를 치렀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이 오죽할까! 에오스는 매일매일을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이른 새벽 동이 틀 즈음 풀잎에 알알이 맺힌 이슬 방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이슬 방울이 바로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라고 한다.

 

젊은 남자만을 사랑했던 새벽의 여신 에오스, 게다가 남편이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포기한 에오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찬미는 아닐 것이다. 동트는 새벽처럼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젊음, 청춘에 대한 예찬이 아닐까? 작금의 청춘들이 처한 현실은 슬프고 우울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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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네와 엔디미온,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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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V라인이 대세지만 우리 선조들은 보름달 같은 얼굴을 가져야 미인이라고 했다. 보름달이 기울어 초승달이 되면 미인의 눈썹에 비유되곤 했다. 농업이 기반이었던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달은 인간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달력이나 월력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에 맞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했다. 달과 관련된 신화나 설화, 동화 등이 많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독자들이 흔히 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은 아르테미스로 통한다.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니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에서 또 한 명의 달의 여신이 바로 셀레네(Selene).

 

그리스 신화 관련 그림에서 이마에 초승달을 달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신이 셀레네인데 티탄 신족인 히페리온과 테이아의 딸이다. 한편 셀레네와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따라 다니는 인물이 바로 엔디미온(Endymion)이다.엔디미온은 제우스의 아들인 아이틀리오스와 아이올로스의 딸인 칼리케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스의 왕이었다. 엔디미온은 셀레네와의 사이에서 50명의 딸을 낳았고, 이토노스의 딸 크로미아와 결혼해서는 파이온, 에페이오스, 아이톨로스라는 세 명의 아들과 에우리키데라는 딸을 낳았다.


 ▲잠에 빠진 엔디미온과 사랑을 나누는 달의 여신 셀레네. 사진>구글 검색

 

특히 셀레네와 엔디미온의 러브 스토리는 많은 화가들과 시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엔디미온이라는 장편시를 남기기도 했다. 둘의 사랑이 많은 예술인들의 주제가 된 데는 달의 여신 셀레네의 전혀 예상 밖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셀레네와 엔디미온 신화에서 엔디미온은 엘리스의 왕이 아닌 젊고 아름다운 목동으로 등장한다. 어쨌든 엔디미온의 외모가 특출나긴 했었던 모양이다.

 

어둠이 내리자 나타난 달의 여신 셀레네는 엔디미온에게 첫눈에 반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엔디미온은 인간이었다. 언젠가 늙어 죽을 그런 운명이었다. 셀레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엔디미온이 영원한 잠에 빠져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셀레네는 제우스의 마술로 영원한 잠에 빠진 엔디미온을 라트모스 산에 있는 동굴 속으로 옮긴 다음 밤마다 내려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게 해서 50명의 딸을 낳은 것이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더니 잘생긴 남자도 마찬가지인 것일까? 달의 여신 셀레네에게는 꿈만 같은 사랑이었겠지만 엔디미온에게 사랑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지 어느 날 깨어났더라면 일장춘몽이 아니었을까. 잠에 빠진 엔디미온이 다시 깨어났다는 기록이 없는 걸 보면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한편 엔디미온의 세 아들에 관한 신화는 셀레네 신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여기서 엔디미온은 다시 엘리스의 왕으로 등장한다. 크로미아와 결혼해 세 아들을 낳은 엔디미온은 세 아들 중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줄지 고민에 빠졌다. 엔디미온 왕은 올림피아에서 달리기 경주를 벌여 승리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이 경기를 통해 세 아들 중 에페이오스가 차기 엘리스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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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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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출근길 촉촉이 젖은 길가에 흐드러진 벚꽃이 터널을 만들었다. 벚나무 허리 아래로는 개나리가 질세라 노란 빛깔을 연신 뿜어내고 있다. 저만치 목련은 이미 작별 인사를 할 모양인지 고개를 숙인다. 멋없는 자동차들은 벚꽃 터널을 무심하게 씽씽 내달리고 있다. 연신 하늘만 쳐다보며 걷다보니 목이 다 아프다. 이런 나를 노란 달이 벚꽃 사이로 빼꼼이 엿보며 웃고 있다. 


아! 드디어 봄이 왔나 보다. 유난히 길었던 올 겨울도 끝내는 봄빛에 길을 내주고 마는구나.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자연의 봄은 왔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았을 뿐이다. 4년이 그랬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마음의 봄은 늘 잿빛 꽃으로 물들었다. 봄놀이 간 아이들은 겨울에 갇혔고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4년만의 봄에 아이들도 돌아왔다. 아이들을 맞으러 남도 끝 바닷가는 온통 노란 슬픔으로 물들었다. 아직은 마음의 봄과 자연의 봄이 하나가 되지 못해서다. 개나리, 진달래 사이로 종달새가 노니는 시인의 봄도 그랬을 것이다. 시인의 '봄'도 우리의 '봄'도 아직은 노란 슬픔이다.   


 ▲벚꽃. 사진>구글 검색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 시인의 '봄'-


 ▲노란리본으로 물든 목포신항. 사진>한국일보


시인에게도 우리에게도 봄이 왔으나 여전히 봄 같지 않은 이유는 지난 겨울이 너무 혹독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무려 30년 넘게 기다려왔던 봄이다. 시인에 비하면 우리의 4년은 부끄러운 투정일지도 모르겠다. 본디 노랑은 희망이다. 더불어 봄도 아이의 웃는 얼굴이다. 아직 노랑이 슬프다면, 여전히 봄빛이 시리다면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윤동주 시인이 여전히 우리의 옷깃을 여미는 이유는 늘 새로운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노란색 봄을 기다리며. 하지만 시인은 끝내 마음의 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시인에게는 안타깝지만 우리의 끊임없이 걸어야 할 새로운 길 끝에는 온몸으로 느끼게 될 마음의 봄이 기다리고 있다. 봄을 내주지 않았던 동장군을 단죄하는 날, 다시는 동장군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세상을 바꾸는 날, 봄놀이 갔다 세월에 갇혔던 아이들이 비로소 엄마 품에 안기는 날, 그 날 바로 노란 슬픔은 진짜 색깔을 찾을 것이다. 어제도 새로운 길을 걸었다. 오늘도 새로운 길을 걸을 것이다. 넘어져 살이 까지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내일도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 1917~1945년. 만주 북간도 출생. 연희 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유학. 1942년 봄 일본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가을에 교토 도시샤대학 영문과에 편입학함. 릿쿄대학 시절 마지막 시 5편을 남김. 1943년 7월 귀국하기 직전 교토 국제대학에 재학 중이던 송몽규와 함께 독립 운동 혐의로 검거되어 규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함. 주요 작품으로는 '자화상', '별 헤는 밤' 등 수십 편의 수작이 있고 유고시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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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나와 베르툼누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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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동부에 있는 키프로스 섬에 아낙사레테(Anaxarete)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아낙사레테는 키프로스 섬의 살라미스 시를 건설한 테우크로스의 후손으로 그 미모가 여신들만큼이나 뛰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낙사레테는 도도하고 콧대가 높아 어중간한 남자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런 아낙사레테를 짝사랑한 남자가 있었으니 천민 출신의 목동 이피스(Iphis)였다. 콧대 높은 아낙사레테가 천한 이피스의 사랑을 받아줄 리 만무했다. 심지어는 이런 이피스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피스는 조롱을 받으면서까지 아낙사레테에 대한 사랑을 접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이피스는 짝사랑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아낙사레테의 집 앞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 하지만 아낙사레테는 자신을 짝사랑 하다 죽은 이피스에게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이 비극적인 사랑을 내려다 보고 있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돌처럼 비정한 아낙사레테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돌처럼 비정한 아낙사레테를 진짜 돌로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포모나. 사진>구글 검색


이피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피스와 아낙사라테의 비극적인 사랑을 이용해 사랑을쟁취한 신이 있었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베르툼누스(Vertumnus)였다. 베르툼누스가 열렬히 사랑한 여신은 아름다운 숲의 님페 포모나(Pomona였다. 포모나는 과일의 여신으로 그녀의 관심은 오직 과일나무를 손질하고 과수원을 가꾸는 것뿐이었다.나무의 신 파우누스(Faunus)와 사티로스(Satyros), 황무지와 숲의 신 실바누스(Silvanus)도 포모나에게 구애를 했지만 실패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지만 이들은 포모나의 사랑을 쟁취할 만큼 끈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베르툼누스는 달랐다. 베르툼누스는 변신 능력이 뛰어난 자신의 장점을 살려 포모나에게 접근했다.

 

베르툼누스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가면서 포모나에게 접근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베르툼누스가 마지막으로 시도한 변신은 노파였다.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는 포모나에게 접근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면서 느릅나무를 감고 올라간 포도넝쿨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포도넝쿨도 느릅나무가 없었다면 땅바닥을 기어야만 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베르툼누스의 구애를 받아들이라고 충고했다. 과일에만 온통 빠져 있는 포모나의 닫힌 마음이 열릴 턱이 없었다.


 ▲포모나와베루툼누스. 사진>구글 검색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는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들려 주었다. 바로 이피스와 아낙사레테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로 사랑하는 이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마음만큼이나 차가운 돌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었다.이 이야기가 무서웠을까? 포모나의 닫힌 마음이 열리는 듯 했다. 이 때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는 변신을 풀고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다시 포모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노파의 이야기에 이미 마음이 움직인 포모나는 더 이상 베르툼누스의 구애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베르툼누스의 끈질긴 구애의 승리이기도 했지만 베르툼누스와 포모나의 사랑은 사실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베르툼누스는 변화한다는 뜻의 단어 베르테레(Vertere)’에서 유래한 계절의 신이었다. 과일의 여신 포모나가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의 사랑을 거부한다면 제대로 된 수확을 얻을 리 만무하다.결국 둘의 사랑은 운명이자 숙명이 아니었을까?

 

과일의 여신 포모나는 나무의 요정인 하마드리아데스(Hamadryades, 하마드리아스의 복수형)의 하나로 과일을 뜻하는 라틴어 포뭄(Pomum)’에서 유래했다.또 다른 전승에 의하면 포모나는 과일의 여신이 아닌 사투르누스(Saturn,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라티움의 전설적인 왕인 피쿠스(Picus)의 아내였다고 한다. 피쿠스는 마녀 키르케(Circe)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내 포모나를 너무도 사랑해서 키르케의 구애를 거절했고 분노한 마녀 키르케는 피쿠스를 딱다구리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라틴어로 ‘Picus’딱다구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현대 영어나 프랑스어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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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오줌에서 태어나 별이 된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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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어릴 적 보았던 밤 하늘이 아니어서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어릴 적 꿈의 대명사였다. 황사니 미세먼지니 해서 요즘 밤 하늘은 달만 덩그러니 떠 있고 별은 좀체 보이질 않는다. 도시의 밤 하늘은 더더욱 그렇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자연의 대상이 바로 밤 하늘의 별이다. 별을 바라보며 운명을 점쳤고 먼 바다의 여행자에게는 별이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또 별을 보며 변치 않을 우정을, 사랑을 약속한다.수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변화가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겨울은 별을 많이 볼 수 있는 계절이다. 밤이 길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겨울이 차고 건조한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 변화가 심한 대기의 흐름 때문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오리온 자리는 화려하고 밝아서 겨울철 별자리의 왕자로 불린다.또 오리온 자리는 거인이나 용감한 사냥꾼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오리온 자리가 사라지고 전갈 자리가 나타난다고 한다. 한편 별자리 오리온은 오줌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우리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신화 속에 그 답이 있다.


 ▲오리온의죽음을 슬퍼하는 아르테미스. 사진>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서 오리온(Orion)은 거인 사냥꾼이다. 오리온은 엄청난 괴력과 함께 잘생긴 얼굴로 제우스 못지 않게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한다. 오리온의 탄생에 관련해서는 다양한 설들이 전해지고 있다. 오리온의 탄생과 관련된 첫 번째는 그리스 코린토스 만 동북쪽에 있는 보이오티아의 히리아 시를 건설한 히리에우스 왕의 아들이라는 설이다. 히리에우스 왕은 아들이 없었는데 제우스와 헤르메스,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치며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빌었다. 세 신이 가르쳐 준 아들을 낳는 방법은 다소 황당했다.

 

히리에우스 왕이 황소 가죽에 오줌은 눈 뒤 땅에 묻어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9개월 후 황소 가죽을 묻었던 땅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이 아이가 오리온이었다. 히리에우스 왕은 아 아이가 오줌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오줌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우리아에서 착안해 이름을 오리온이라 불렀다고 한다.그래서 오리온은 히리에우스의 아들이자, 제우스의 아들이기도 하고, 포세이돈과 헤르메스의 아들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포세이돈과 미노스의 딸 에우리알레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오리온은 어떻게 해서 밤 하늘의 별이 되었을까?

 

오리온은 시데(Side)라는 여인과 결혼해 두 딸 미네페와 메티오케를 낳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데는 오만하게도 헤라 여신과 아름다움을 겨루다 여신의 분노를 사 타르타로스로 떨어졌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오리온은 아내를 잃자 마자 디오니소스의 아들이자 키오스 오이노피온 왕의 딸 메로페와 사랑에 빠졌다.하지만 오이노피온 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리온이 탐탁치 않았다. 오이노피온의 반대에 부딪친 오리온은 술에 취해 메로페를 겁탈했고 이에 분노한 오이노피온 왕은 오리온을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오리온은 다행히도 헬리오스를 만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탁을 듣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만난 소년 케달리온의 안내를 받아 동쪽으로 가서 헬리오스를 만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오리온자리. 사진>구글 검색


그렇다고 해서 제우스의 씨를 받은 오리온의 여성 편력이 여기서 끝날 리 없었다. 오리온은 크레타 섬으로 가서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사냥을 즐겼다. 하지만 젊은 남자만 보면 욕정이 치솟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눈에 띤 것이 문제였다. 에오스는 오리온을 납치해서 델로스로 데려갔다. 분노한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활로 쏴 죽였다고 한다.자신과 닮은 오리온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제우스는 오리온을 밤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리온의 여성 편력은 끝이 없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와도 연인 사이였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아폴론은 바람둥이인 오리온이 탐탁치 않았던 모양이다. 아폴론은 오리온에게 전갈을 보내 그의 발꿈치를 찔러서 죽게 했다. 이후 아폴론은 오리온과 전갈을 모두 밤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신화에 의하면 겨울철 오리온 자리에 여름철에는 전갈 자리가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한편 아폴론이 오리온을 직접 죽이지 않고 아르테미스를 이용했다는 설도 있다.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에게 바다 위에 떠 있는 둥근 물체를 맞출 수 있겠냐며 아르테미스의 실력을 폄하했다. 화가 난 아르테미스는 화살을 날려 그 둥근 물체를 맞췄는데 알고 보니 바다를 걷고 있던 오리온의 머리였다. 연인을 잃은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오리온을 밤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오리온은 사냥할 때마다 사냥개 시리우스(Sirius)프로키온(Procyon)을 데리고 다녔는데 이 개들도 나중에 밤 하늘의큰 개 자리작은 개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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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⑥ 안티오페, 가족끼리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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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 조선을 위기로 빠뜨렸던 세도정치는 원래 ‘정치는 널리 사회를 교화시켜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도리’라는 사림의 통치이념에서 나온 이상적인 정치 도의를 의미했다. 하지만 정조가 죽고 순조가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정조의 유탁으로 김조순의 딸이 순조의 왕비가 되면서 안동 김씨에 의한 섭정이 시작되면서부터 세도정치는 척신이나 총신이 강력하나 권세를 잡고 전권을 휘두르는 부정적인 정치형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안동 김씨로부터 시작된 세도정치는 이후 풍양 조씨, 다시 안동 김씨, 여흥 민씨로 이어지면서 조선의 몰락을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섭정, 세도정치의 최후는 정권의 몰락과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굿판이었다. 비단 역사 속에서만 세도정치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쩌면 현실 속 부패한 정치에 대한 메타포일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미모로 바람둥이 제우스의 사랑을 받고 쌍둥이 형제를 낳은 안티오페(Antiope) 가문이 그랬다.

 

안티오페는 테바이 왕 라브다코스의 섭정을 한 닉테우스(Nycteus)의 딸이다. 닉테우스에게는 안티오페 말고도 닉테이스(Nycteis)라는 딸이 하나 더 있었다. 닉테우스, 안티오페 가문의 섭정은 시작된 것은 닉테우스의 딸 닉테이스가 테바이 왕족의 왕비가 되면서부터였다. 닉테우스는 카드모스를 도와 테바이를 건설한 스파르토이(‘씨뿌려 나온 자들이라는 뜻) 중 한 명인 크토니오스의 아들이었다. 닉테우스의 딸 닉테이스는 카드모스의 아들로 테바이의 왕이 된 폴리도로스와 결혼하여 라브다코스를 낳았는데 폴리도로스 왕은 아들 라브다코스가 어린 아이일 때 죽고 말았다. 이 때부터 닉테우스는 어린 손자를 대신해 테바이를 섭정하게 되었다.


 ▲제우스와안티오페. 사진>구글 검색

 

닉테우스는 외손자 라브다코스가 성인이 되자 그에게 테바이 통치권을 물려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라브다코스도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라브다코스가 죽었을 때 라이오스라는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겨우 한 살이었다고 한다. 또다시 닉테우스 가문의 섭정이 시작되었는데 이 때부터는 닉테우스의 동생 리코스(Lycus)가 테바이를 섭정하기 시작했다. 테바이의 건설자 카드모스 가문이 2대에 걸쳐 외척들에게 통치권을 넘겨준 셈이었다.

 

동생 닉테이스가 카드모스 가문에 시집 간 뒤 닉테우스 가문이 테바이를 섭정하는 동안 안티오페는 바람둥이, 난봉꾼 제우스의 눈에 띄게 되었다. 제우스는 안티오페에게 접근해 관계를 맺었고 안티오페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신 중의 신이라지만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한 안티오페는 아버지 닉테우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 시키온으로 도망을 갔고 에포페우스 왕과 결혼했다. 나중에 닉테우스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치심으로 자살을 했다고 한다. 닉테우스는 죽으면서 동생인 리코스에게 안티오페와 에포페우스를 응징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닉테우스에게 수치심을 안긴 사실이 처녀가 신의 아들을 임신해서인지 아니면 이 사실을 숨기고 도망간 시키온 왕 에포페우스의 아이를 임신해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리코스는 형 닉테우스의 유언대로 시키온을 공격해 에포페우스를 죽이고 안티오페를 테바이로 끌고 갔다. 끌려가는 도중 안티오페는 키타이론 산에서 쌍둥이 암피온(Amphion)과 제토(Zethus)스를 낳았는데 안티오페의 삼촌이자 쌍둥이들의 할아버지였던 리코스는 매정하게도 안티오페의 두 아들을 산 속에 버려둔 채 테바이로 떠났고 훗날 두 아들은 양치기들에게 발견되어 양육되었다고 한다.

 

테바이로 끌려온 안티오페는 성의 한 구석에 감금당한 채 리코스와 그의 아내 디르케(Dirce)의 온갖 학대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안티오페는 탈출에 성공했고(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키타이론 산으로 두 아들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쌍둥이 두 아들은 양치기들의 양육에 의해 잘 성장해 있었고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며 수십 년 만의 해후를 만끽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얼마 가지 않았다. 두 아들은 어머니가 그동안 학대당해 왔다는 것을 알았고 복수를 결심했다. 결국 암피온, 제토스 두 쌍둥이 형제는 리코스를 죽이고 그의 아내 디르케는 황소에 매달아 죽인 후 그 시신은 샘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티오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와 연관된 이후 안티오페의 삶에 대한 기록은 없다.

 

안티오페에 관한 다른 버전에는 안티오페의 죽음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안티오페를 감금하고 탄압했던 숙모 디르케가 디오니소스(Dionysus)의 열렬한 숭배자로 등장한다. 안티오페의 두 쌍둥이 아들이 디르케를 끔찍하게 죽이자 디오니소스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의 열렬한 숭배자 디르케의 죽음에 분노가 풀리지 않은 디오니소스는 안티오페에게 저주를 퍼부어 그녀를 광녀로 만들었다. 미치광이가 되어 이곳 저곳을 헤매게 된 안티오페는 어느 날 시시포스(Sisyphus)의 손자 포코스(Phocus)를 만나게 되고 포코스의 지극정성으로 안티오페는 디오니소스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후 행복한 결혼생활을 즐기며 평생을 해로하다 죽어서는 포코스와 합장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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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⑦ 세멜레, 함부로 의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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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 고수, 류승범, 한가인, 이준. 이 연예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동아제약 박카스’ CF 출신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광고 한 편으로 스타게 된 데는 CF 속 명장면들이 한 몫 했다. 주진모는 친구와 새벽에 농구를 한 뒤 한 게임 더를 외쳐 여심을 자극했고, 고수는 귀가시간을 지켜야 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밤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끝에서는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는 멋진 멘트로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 이준은 병역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꼭 가보고 싶습니다.’를 외쳐 동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했다. 이 밖에도 박카스’ CF는 따뜻하고 신선한 컨셉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중 하나로 남아있다.

 

박카스는 지치고 힘들 때, 피로할 때, 육체적으로 좀 피곤할 때 먹는 약이라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어디를 찾아갈 때면 박카스한 박스 들고 가는 게 꼭 의례적인 인사치레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박카스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할 때 찾는 술과도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약인 박카스이 결코 동일시 될 수는 없지만 마시는 이유나 효과만큼은 연결되는 지점이 동일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박카스라는 상표를 바쿠스동상을 보고 영감을 받아 지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 바쿠스(Bacchus)는 술의 신, 포도주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 디오니소스(Dionysus)의 로마 신화 버전이다. 하지만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탄생 과정을 보면 술이 주는 효과 즉 고단한 일상생활에서 오는 근심과 걱정과 고통을 잊게 해 준다는 이미지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살벌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싶다.


 ▲제우스와세멜레. 사진>구글 검색

 

디오니소스의 부모가 바로 제우스(Zeus)와 세멜레(Semele)이다. 제우스야 설명이 필요 없을 테고 세멜레는 테바이의 건설자 카드모스와 조화의 여신 하르모니아(Harmonia)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세멜레 또한 한 미모 했을 것이다. 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이 되었으니 말이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세멜레를 자신의 여인으로 삼기 위해 인간으로 변장한 채 테바이로 가서 세멜레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제우스의 애정행각에는 늘 한가지 법칙이 있었다. 꼭 헤라에게 들킨다는 것이었다. 불륜에 대한 헤라의 복수 또한 꼭 등장하는 장면이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애정행각도 헤라는 구름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질투심에 불탄 헤라는 세멜레를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헤라는 세멜레의 옛 유모인 베로에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유모로 변신한 헤라는 세멜레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애인이 제우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그가 정말 제우스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세멜레를 잔뜩 의심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세멜레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랑을 의심한 세멜레에게 비극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세멜레는 인간으로 변신하고 나타난 제우스에게 진짜 제우스가 맞냐며 본래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졸랐다. 세멜레의 의심과 달리 아무리 바람둥이였지만 제우스의 세멜레에 대한 사랑은 당시만은 진정이었는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틱스(Styx) 강물에 대고 한 맹세는 어느 누구도 심지어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마저도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사랑의 힘일까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제우스가 스틱스 강물에 대고 그녀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맹세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자신이 변장을 풀고 신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인간인 세멜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제우스는 세멜레를 누차 설득해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스틱스 강에 대한 맹세대로 제우스는 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알다시피 제우스는 천둥과 번개의 신이다. 제우스는 하는 수 없이 천둥과 번개에 휩싸인 신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고 세멜레는 그 자리에서 타 죽고 말았다.의심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세멜레가 제우스의 번개에 타 죽었을 때 그녀는 임신중이었다. 이 사실을 알았던 제우스는 황급히 세멜레의 뱃속에서 아이를 꺼내 자신의 넙적다리에 집어넣고 꿰매었다. 또 다른 문헌에 의하면 전령의 신이자 제우스의 심부름꾼이었던 헤르메스가 아이를 꺼내 제우스의 넙적다리에 넣었다고도 한다. 아이는 그렇게 제우스의 넙적다리 안에서 열 달을 모두 채우고 태어났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디오니소스였다.

 

의심이 부른 참극이었지만 훗날 어른으로 성장한 디오니소스는 저승으로 내려가 어머니세멜레를 데려온 다음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부탁해 그녀에게도 신성을 부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을 잘 둔 덕에 인간 세멜레(Semele)는 죽어서는 티오네(Thyone)라는 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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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여신들⑧ 타이게테, 전사의 나라 스파르타를 잉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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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300>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를 가장 극적으로 연상시키는 소재일 것이다. 조국 스파르타를 외치는 소수의 정예 전사들. 게다가 300명의 전사 모두가 완벽한 근육질 몸매로 스파르타의 강인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스파르타는 나라가 하나의 커다란 군대였다. 영화에서 보았듯이 스파르타의 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나 강한 전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았으며 살을 에는 추위에도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했다.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에 보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생존 훈련을 했다. 심지어 태어날 때부터 정상아가 아니면 숲 속에 버리거나 죽였다고 하니 요즘으로 치면 상식 밖의 군대 국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21세기에도 스파르타의 흔적을 쫓으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이나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서도 스파르타식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생각없는 스파르타 전사로 키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젊은이들의 좌절과 실패를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과 정신력 탓으로 돌리려는 국가와 사회의 전형적인 반칙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파르타를 세운 이가 바로 라케다이몬이다. 라케다이몬은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와 플레이아데스 중 한 명인 타이게테(Taygete) 사이에서 태어났다. 라케다이몬의 탄생 과정을 보면 스파르타 청년들의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라케다이몬의 어머니인 타이게테의 지조와 순결이 일정 부분은 닮아 있는 듯 보인다.

 

제우스의 사랑을 거부하다


 

▲플레이아데스. 사진>구글 검색

 

먼저 플레이아데스(Pleiades)에 대해 살펴보자. 플레이아데스는 늘 지구를 떠받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아틀라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명의 딸로 알키오네, 켈라이노, 엘렉트라, 마이아, 메로페, 아스테로페, 타이케타를 말한다. 이들 일곱 자매는 인간인 시시포스의 아내가 된 메로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들과 결합해서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제우스와 타이게테 사이에서는 스파르타를 세운 라케다이몬이 태어났으며 제우스와 엘렉트라 사이에서는 트로이를 세운 다르다노스가 태어났다. 또 마이아는 제우스와 결합해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낳았다. 메로페만이 인간인 시시포스와 결혼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파르타를 세운 라케다이몬은 제우스와 타이게테 사이에서 태어났다.하지만 라케다이몬의 탄생 과정은 독자들을 분노케 한다. 타이게테가 난봉꾼 바람둥이 제우스에게 겁탈당해 낳은 아들이 라케다이몬이기 때문이다. 타이게테는 달의 여신이자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였다. 즉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나 인간 여성에게 순결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타이게테도 아르테미스에게 순결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이나 신을 보면 늘 바람기가 발동하는 제우스의 눈에 들면서 타이게테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이를 눈치 챈 아르테미스는 타이게테를 암사슴으로까지 변신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타이게테는 아미클라이오스 산에 몸을 숨겼지만 제우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타이게테는 아미클라이오스 산에서 제우스에게 겁탈당해 스파르타의 시조 라케다이몬을 낳았다고 한다.

 

아르테미스가 제우스로부터 타이게테를 지키기 위해 변신시킨 암사슴은 훗날 헤라클레스가 열두 개의 과업 중 하나로 미케네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바쳐지기도 했다. 또 다른 문헌에 의하면 이 암사슴은 타이게테가 다시 님페로 변신한 뒤 아르테미스에게 감사의 의미로 바친 선물이었다고도 한다. 이 암사슴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제우스에게 순결을 빼앗긴 타이게테를 벌하기 위해서 암사슴으로 변신시켰다고도 한다. 목숨을 바쳐 신의 삐뚤어진 사랑을 거부한 타이게테. 이런 어머니의 성품을 라케다이몬이 물려받지 않았을까?

 

별이 되다

 

한편 타이게테를 비롯한 플레이아데스 일곱 자매는 훗날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라는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보이면 월동준비를 했을만큼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관한 설화는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먼저 마찬가지로 별자리가 된 거인 오리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오리온은 보이오티아에서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을 본 뒤 한눈에 반해 7년간이나 쫓아다니며 구애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플레이아데스 자매는 순결을 강조하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들이었다. 오리온을 피해 도망 다니던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은 아르테미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때 아르테미스가 제우스에게 부탁해 플레이아데스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주었다고 한다. 플레이아데스를 괴롭혔던 오리온도 아르테미스의 부탁으로 쌍둥이 동생 아폴론의 활에 맞아 죽은 뒤 제우스에 의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오리온이 겁탈하려고 쫓아다닌 이가 플레이아데스가 아니라 이들의 어머니 플레이오네라는 설도 있다. 7년을 도망 다니던 플레이오네는 딸들과 함께 스스로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고도 한다. 한편 플레이아데스는 전체 일곱 개의 별인데 6개만 제대로 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흐릿하게 보이는데 다 신들과 결혼했지만 딱 한 명, 인간인 시시포스와 결혼한 메로페가 변한 자리라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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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유로(EURO)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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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⑨ 에우로페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44(현지시간)부터 새 50유로(2017 417일 기준 한화 약 60,800) 지폐의 유통을 시작했다. 50유로 지폐의 크기는 가로 140㎜·세로 77㎜다. 보도에 따르면 50유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유로화 지폐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ECB는 신권과 함께 구권도 법정통화로써 유통을 이어가면서 단계적으로 구권의 유통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로 사용되는 홀로그램(빛의 굴절 효과를 이용해서 모델로부터 굴절된 빛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에머랄드 빛으로 새겨진 ‘50’ 숫자 위와 지폐 끝에 기록되어 있는데 ‘50’ 숫자 위를 빛으로 비추면 여인의 초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지폐 끝 홀로그램 위에도 여인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데 이 부분은 빛을 빛을 비추면 투명하게 변한다고 한다.


 50유로 지폐 신권. 사진>구글 검색


그렇다면 50유로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은 누구일까? 각 나라마다 동전이나 지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새겨지곤 한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백 원짜리 동전과 천 원, 만 원, 오만 원권 지폐에는 각각 이순신 장군과 퇴계 이황,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인쇄되어 있다. 50유로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도 유럽을 대표하는 인물일 거라 추정되지만 유럽 각 나라도 아니고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경우라면 선뜻 떠오르는 인물이 없을 것이다. 50유로 지폐 홀로그램 속 여인의 초상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이다. ‘유럽이란 지명도 에우로페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화 속 인물이 어떻게 유럽을 대표하게 되었을까?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된 에우로페


에우로페(Europe)는 그리스 신화 속 페니키아의 공주였다. 에우로페는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페니키아의 왕인 아게노르와 텔레파사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훗날 테바이의 설립자가 된 카드모스, 소아시아의 킬리키아 왕이 된 킬릭스, 페니키아의 시조가 된 포이닉스와는 남매지간이다. 에우로페는 계보상 포세이돈의 손녀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포세이돈의 동생(형이기도 함)인 제우스였으니 할아버지와 손녀의 결합인 셈이다. 신화 속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우스는 페니키아의 시돈 해변에서 놀고 있는 에우로페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만다. 신 중의 신 제우스지만 바람기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여신이건 인간이건 가리지 않는다. 또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에우로페와제우스가 변신한 황소. 사진>구글 검색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접근하기 위해 멋진 뿔이 달린 새하얀 황소로 변신했다. 그냥 보통의 황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우로페는 자신의 곁에서 풀을 뜯고 있는 황소가 어찌나 멋지게 생겼던지 마음의 경계를 풀고 황소 등 위에 올라탔다. 바로 그 때 황소는 해변으로 가더니 바다를 헤엄쳐 크레타 섬에 도착해 고르티나 샘 근처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멈춰 섰다. 순간 황소는 다시 제우스로 변신했고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에우로페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들이 라다만티스, 미노스, 사르페돈이었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늘 일방적이고 순간적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운 다음에는 천상에서 또 다른 상대를 물색하곤 했다. 결국 제우스에 의해 크레타 섬에 와서 세 아들까지 낳은 에우로페는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와 결혼하게 되었다. 재혼인 셈이다. 다행히도 아스테리오스 왕은 에우로페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을 양자로 맞아 들였고 훗날 자신의 후계자로 왕위를 물려주었다. 한편 제우스도 한 때 사랑했던 에우로페를 나몰라라 하기는 어려웠던지 그녀에게 세 가지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크레타 섬을 지켜주는 청동인간 탈로스와 던지면 절대로 과녁을 빗나가지 않는 창, 한 번 잡으면 절대로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사냥개였다. 한편 제우스는 에우로페를 유혹하기 위해 잠시 몸을 빌렸던 황소는 나중에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는데 황소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에우로페는 어떻게 유럽 대륙을 상징하게 되었을까?


 ▲크레타 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 사진>구글 검색


에우로페는 유럽이라는 지명의 어원이다. 신화 속에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크레타 섬에 납치해 갈 때까지만 해도 에우로페유럽의 범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국한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범위가 점점 넓어졌는데 기원전 5세기 역사가였던 헤로도토스에 의해 지중해 북부와 흑해 북부 지역을 아우르면서 지중해 동부의 아시아와 구분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들은 세계가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유럽의 어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에우로페가 정착한 크레타 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레타 섬은 유럽 문명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잔차키스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인<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이기도 한 크레타 섬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동쪽의 메소포타미아와 남쪽의 이집트, 동북쪽의 소아시와 활발한 교류를 하며 다양한 선진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크레타 섬에서는 기원전 19세기를 전후해 미노아(미노스의 형용사형) 문명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크레타인들은 크노소스와 같은 화려한 궁전을 짓고 그리스 본토와의 전쟁을 벌여 승리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미노아 문명은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양 문명의 두 축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임을 감안하면 에우로페가 유럽의 어원이 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미노아 문명은 에우로페의 세 아들 중 한 명이었던 미노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는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의 의붓아들이었던 미노스는 훗날 크레타의 왕이 되는데 헬리오스의 딸인 파시파에와 결혼하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였다. 이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곳이 바로 크노소스 궁전의 미궁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미노아 문명, 미케네 문명과 때로는 교류하면서 때로는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고대 도시 중에 아나톨리아 북서쪽(지금의 터키) 앗수아(Assuwa)라는 지역이 있었는데 앗수아는 22개 도시국가들의 연합체였다고 한다. 이 '앗수아(Assuwa)'가 오늘날 '아시아(Asia)'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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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다, 트로이 전쟁을 촉발한 여인 헬레네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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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Tethys)와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Peleus)의 결혼식에 수많은 신들이 초대됐다. 하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불화와 다툼이 끼어들 공간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화가 난 에리스는 결혼식장에 황금 사과 하나를 던졌다. 그 황금 사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 바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에리스가 던진 황금 사과를 두고 결혼의 여신 헤라(Hera)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지혜의 여신 아테나(Athena)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외모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세 여신이 맞붙었으니 쉬 결론이 날리 만무했다. 결국 제우스는 세 여신을 이데 산으로 데려가 양치기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게 했다. 헤라는 권력과 부, 아테나는 명예와 명성,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며 파리스를 유혹했다. 파리스의 선택은 단호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황금 사과의 주인으로 선택했고 아프로디테는 그 대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Helene)의 사랑을 얻게 해 주었다. 하지만 당시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비였다 


 ▲테티스와펠레우스의 결혼식. 사진>구글 검색


스파르타의 왕이자 헬레네의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가 나라를 비운 사이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도움으로 헬레네와 눈이 맞아 트로이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헬레네와 메넬라오스의 부부 관계가 소원했던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졸지에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을 비롯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등 그리스 연합군을 조직해 트로이 원정길에 나서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가 쓴 고대의 가장 위대한 시의 소재가 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프로디테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지목한 헬레네. 그녀의 아름다움의 결과도 극적이었지만 그녀의 탄생 비화도 이에 못지 않았다. 헬레네는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Leda) 사이에서 태어났다. 


레다는 아이톨리아 왕 테스티오스와 에우리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톡세우스, 플렉시포스와는 남매 지간이고 알타이아, 히페름네스트라와는 자매 지간이다.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와 결혼했지만 그녀도 제우스이 바람기는 피해가지 못했다. 레다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이번에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에게 접근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를 겁탈했고 그 날 밤 레다는 남편인 틴다레오스와도 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레다는 얼마 후 두 개의 알과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두 명의 아이는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였고 알에서 태어난 두 명의 아이가 바로 헬레네와 폴리데우케스였다 


 ▲레다와백조로 변신한 제우스. 사진>구글 검색


알에서 태어났건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건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레다의 배 속에서 나온 자매였다. 훗날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었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메넬라오스의 형이자 미케네의 왕이었던 아가멤논의 왕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버지가 다른 자식으로 간주되었다. 또 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도 쌍둥이 형제로 간주되었는데 흔히 디오스쿠로이(Dioskouroi,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들 형제 자매들의 탄생에 관한 일화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 디오스쿠로이 형제(폴리데우케스와 카스토르)가 제우스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역은 여자건 남자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게 마련인데 네메시스는 달랐던 모양이다. 네메시스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제우스를 피해 갖가지 동물로 변신했는데 어느 날 거위로 변신했을 때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해 겁탈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거위로 변신한 네메시스가 알을 낳았는데 목동들이 발견해 레다에게 갖다 주었고 레다는 알에서 아이들이 태어나자 마자 친자식처럼 키웠다고 한다. 문헌에 따라 친자식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레다는 이들을 정성껏 키워 두 딸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와 미케네의 왕비가 되었다 


 ▲영화 '트로이'(2004). 사진>구글 검색


앞서 헬레네의 미모가 트로이 전쟁을 촉발시켰다고 했는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을 것이다. 메넬라오스 입장에서는 바람난 아내를 찾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들까지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바람난 아내를 찾기 위해 온 그리스 도시국가가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이면에도 헬레네의 아름다운 미모가 있었다. 헬레네가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만큼 결혼 적령기가 되자 여기저기 구혼자들로 넘쳐났다. 심지어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도 헬레네를 납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결국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오디세우스의 역할이 컸다. 


그리스 전역에서 모여든 수많은 구혼자들 가운데서 한 명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든 그 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한 명의 남편을 결정하기에 앞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서약을 받았는데 누가 남편이 되건 그 권리를 인정하고 부부를 지켜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훗날 헬레네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리스 전역에 산재해 있었던 과거 헬레네의 구혼자들은 이 서약 때문에 그리스 연합군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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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아,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델로스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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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아스테리아

 

국제질서의 패권을 두고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의 절대 강자 미국에 맞서 신흥강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대립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의 외교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두고 외교용어 중에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라는 말이 있다.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 세력판도를 흔들면 결국 무력충돌로 치닫게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Thucydides, B.C. 460?~B.C.400?)가 그의 저서<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강국 아테네의 부상과 기존 패권국인 스파르타의 불안감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불러왔다는 분석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2,500여년 전 그리스의 두 동맹 세력간에 27년에 걸쳐 벌어졌던 전쟁을 말한다. 기원전 433년 코린토스의 식민지였던 케르키라가 독립을 시도하자 아테네가 지원을 하고 나섰다. 이에 코린토스가 스파르타에 도움을 요청해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맺었다.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기원전 431년 아테네가 주축이 된 델로스 동맹을 상대로 전쟁에 돌입했다. 두 동맹이 그리스 지배권을 놓고 27년간 혈전을 벌였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아테네가 코린토스와 케르키라의 싸움에 개입하면서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신흥 강국이었던 아테네의 부상으로  기존 패권국이었던 스파르타의 불안감이 전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반도 지역의 코린트, 테바이, 스팍스, 마케도니아 등의 도시국가 연합체였고 델로스 동맹은 아테네를 비롯한 에게해 주변 국가들의 해상동맹이었다.


 ▲맨오른쪽이 아스테리아. 사진>구글 검색

 

특히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해상 연합체를 델로스 동맹이라 부르는 것은 동맹에 참여했던 많은 도시 국가들의 중심에 델로스라는 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델로스가 그만큼 그리스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느슨한 형태이긴 했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 전에도 당시 절대 강국이었던 페르시아에 맞서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해상 연합체였던 델로스 동맹이 존재하긴 했었다어쨌든 그리스 키크라데스 제도의 작은 섬 델로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만큼 고대의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델로스 섬에는 기원전 3천년 경의 에게해 문명을 비롯해 그레코로만(그리스와 로마의 형용사형) 시기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델로스 동맹 뿐만 아니라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였던 델로스 제전이 4년마다 열린 곳도 이 작은 섬이었다. 델로스가 상당히 많은 고고학적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신화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제우스와 레토가 헤라의 눈을 피해 몰래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쌍둥이 남매를 낳은 곳도 델로스 섬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당시까지만 해도 델로스 섬은 고정되지 않고 바다에 떠다니는 섬이었다. 에게해의 수많은 섬 중에 델로스만이 장차 탄생할 신들의 고향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했고 제우스는 레토가 도착하자 단단한 쇠사슬로 델로스를 고정시켜 현재의 위치가 되었다고 한다. 신화 속에서 왜 델로스 섬은 떠나니게 되었을까? 델로스 섬을 고정시킨 신이 제우스라고 했지만 사실 델로스 섬을 떠다니게 만든 장본인도 제우스였다. 우주의 절대 통치자 제우스의 끈질긴 구애를 받던 아스테리아(Asteria)가 제우스를 피해 도망 다니다 뛰어든 바다 속에서 생겨난 섬이 델로스였기 때문이다. 그 신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에게해 도시국가들의 중심에 있는 델로스 섬. 사진>구글 검색

 

아스테리아는 티탄 신족으로 코이오스와 포이베 사이에서 태어난 여신이다.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쌍둥이 남매인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을 낳은 레토와는 자매 사이로 알려졌다. 또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와는 사촌 지간이 된다. 아스테리아의 남편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아들 크레이오스와 바다의 신 폰토스의 딸 에우리비아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세스(Perses)로 훗날 그리스 신화에서 마녀로 등장하는 헤카테(Hecate)가 이들의 딸로 알려졌다. 아스테리아는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뜻으로 미모 또한 상당했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여신이나 여인 앞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제우스가 아스테리아 앞에도 나타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느 여신들과는 달리 아스테리아는 제우스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들과 인간의 통치자, 우주의 절대 통치자였던 제우스의 구애를 거부했던 거의 유일한 신이나 인간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아스테리아는 제우스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메추라기로 변신하며 이곳 저곳을 도망다니다 끝내는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아스테리아가 뛰어든 지점에서 솟아난 섬이 델로스였다고 한다. 아마도 섬이 된 이후에도 제우스를 피해 다니기 위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다니지 않았을까? 델로스 섬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아스테리아가 스스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제우스가 자신의 사랑을 거부한 아스테리아를 메추라기로 변신시켜 바다에 던졌는데 그 지점에서 델로스 섬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스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신화에서도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곳도 델로스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델로스를 중심으로 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연합체를 설명하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를 언급했다. 다시 말하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의 대립이 무력 충돌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마치 한반도가 두 강대국의 대립 현장이 된 듯한 현실이다. 사드와 북한 핵으로 대치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차기 정부 외교 역량의 시험 무대는 세계 어느 지역도 아닌 한반도, 우리나라가 될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약소국이라는 제3자의 입장이 아닌 현 정세의 당사자라는 주도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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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메이데이, 오월, 노동절 그리고 마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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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⑫마이아

 

특별한 오월이 시작됐다. 신록이 우거지고 꽃들이 만발하는 오월은 특별할 것 없는 자연의 법칙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뤄지는 올해 오월은 생경하기까지 하다. 한겨울 한파를 뚫고 투표장까지 가야 했던 기존 대통령 선거와 비교해 장미 대선이라고들 한다. 부정이 개입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가장 강력하고도 성스러운 국민주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보았듯이 그런 선택이 늘 옳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투표를 외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오월 선거가 장미 대선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런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특별한 것이다.

 

우리에게 오월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5.18 광주항쟁이 있어서다. 오월 광주는 한국 현대사의 큰 분기점이었다. 87 6.10항쟁을 거쳐 지금의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한 정신적 버팀목이 오월 광주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청산되지 못한 적폐는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월 광주의 진실 찾기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다. 광주 학살의 원흉이 버젓이 자신도 피해자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장미 대선은 또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메이데이. 사진>구글 검색

 

또 노동자들에게 오월은 또 하나의 특별함이 추가된다. 오월이 메이데이, 노동절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했다지만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또 다시 박노해 시인의 시집을 뒤적이는 것도 시집이 처음 출간된 3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노동현실 때문이다. 필자도 오늘 특근을 한다. 34년 전에는 자본의 억압과 탄압에 의해서 휴일특근을 강요받았다면 지금은 휴일특근이라도 해야지 텅 빈 지갑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임금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수백 만인 현실은 성숙된 민주주의의 암울한 그늘이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빨간 숫자는 아빠 쉬는 날이라고

민주는 크레용으로 이번 달에 6개나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다

 

민주야

저 달력의 빨간 숫자는

아빠의 휴일이 아니란다

배부르고 능력있는 양반들의 휴일이지

곤히 잠든 민주야

 

너만은 훌륭하게 키우려고

네가 손꼽아 기다리며 동그라미 쳐논

빨간 휴일날 아빠는 특근을 간다

발걸음도 무거운 창백한 얼굴로

화창한 신록의 휴일을 비켜

특근을 간다

 

선진조국 노동자

민주 아빠는

저임금의 올가미에 모가지가 매여서

빨간 휴일날

누렇게 누렇게 찌들은 소처럼

휴일특근을 간다 민주야

박노해 시집<노동의 새벽> ‘휴일특근중에서-

 ▲헤르메스와마이아. 사진>구글 검색

 

그래도 아니 그래서 오월은 더 풍요롭고 더 사랑스러워야 한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자연이 생명을 피워내고 세상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으니 인간 또한 동화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으니 오월은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되는 달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에게도 오월은 특별하다고 한다. 오월을 백화가 만발한다고 해서 may flower라고 칭송하고 산사나무의 꽃을 백화 중 제일로 꼽는 이유도 may가 산사나무를 뜻하기 때문이란다.  영국 청교도가 아메리카 개척 길에 오른 배의 이름이 또 may flower였으니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오월을 뜻하는 may가 그들의 정신적 모태가 된 그레코로만(그리스 로마의) 신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 오월은 더더욱 특별한 달이 아닐까 싶다. May의 어원이 마이아(Maia)란 그리스 신화 속 님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마이아(Maia)는 아틀라스와 오케아노스의 딸인 플레이오네가 낳은 7명의 딸인 플레이아데스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7명의 플레이아데스는 시시포스와 결혼한 메로페를 제외하고 모두 신과 사랑에 빠졌다. 마이아도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바람둥이 제우스의 연인이었다. 마이아와 제우스의 사랑으로 킬레네 산 동굴에서 태어난 신이 바로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다. 제우스와 사랑에 빠진 대부분의 여신이나 여인들뿐만 아니라 그 자식들까지도 헤라의 질투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들 모자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또 마이아는 제우스와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를 맡아 키우기도 했는데 그 사연은 이렇다.


 ▲로마 신화 속 '봄의 여신' 마이아. 사진>구글 검색

 

칼리스토는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였다. 당연히 아르테미스를 섬기기 위해서는 순결을 서약해야 했다. 하지만 바람둥이 난봉꾼 제우스는 칼리스토의 미모에 반해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녀와 동침을 하게 된다. 이 일로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를 추종하는 님페들 무리에서 쫓겨났고 제우스의 아들인 아르카스를 낳게 되었다. 헤라가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헤라는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켰고 아르테미스에게 부탁해 그녀를 활로 쏘아 죽이게 된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보내 아르카스를 구출하고 마이아가 키우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킨 이가 제우스였다고 한다. 헤라에게 칼리스토와의 외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헤라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고 헤라는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해 곰으로 변신한 칼리스토를 활로 쏘아 죽였다고 한다. 칼리스토가 죽자 제우스는 아들 아르카스를 마이아에게 맡겼다고 한다. 헤라가 유일하게 마이아와 아들인 헤르메스에게만은 해꼬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 로마 신화에서 마이아는 봄의 여신이다. 오월은 뜻하는 may마이아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마이움(Maium)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특별한 오월, 온갖 꽃이 만발한 풍요의 오월. 내년부터 오월이 풍요와 축제의 계절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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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크메네가 헤라클레스를 낳기 위해 9일 동안 진통을 겪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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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⑬알크메네

 

<이솝 우화>족제비와 아프로디테라는 이야기가 있다. 족제비가 어느 잘생긴 청년에게 반해 자기를 여인으로 바꿔달라고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했다. 아프로디테는 족제비의 연정을 가엾게 여겨 예쁜 소녀로 변신시켜 주었다. 청년은 족제비가 변한 소녀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들이 방에서 쉬고 있을 때 아프로디테는 족제비가 소녀로 바뀌면서 성질도 바뀌었는지 알고 싶어 방 한 가운데에 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소녀는 지금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쥐를 잡아먹으려고 뒤쫓았다. 여신은 이런 소녀의 행동이 못마땅해서인지 다시 족제비로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사악한 본성을 가진 사람은 외모가 바뀌어도 그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실제로 족제비는 호기심과 욕심이 많고 성격이 급하면서도 사납다고 한다.

 

족제비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고대 그리스인들은 족제비가 귀로 임신해서 입으로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이솝 우화>를 쓴 고대 그리스의 우화작가 아이소포스(Aisopos, BC 620~BC 560) 말고도 고대 그리스인들의 족제비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를 낳은 알크메네의 출산 과정에 족제비가 등장하는데 헤라클레스의 아버지는 다름아닌 제우스다. 바람둥이 난봉꾼 제우스의 불륜 행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크메네와제우스. 사진>구글 검색

 

알크메네(Alcmene)는 미케네 왕 엘렉트리온의 딸이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알크메네는 미모와 지혜를 겸비한 여인으로 필멸의 남자와 필멸의 여자가 몸을 섞어 낳은 어떤 여인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고 한다. 알크메네는 어머니 아낙소와 남매 지간인 암피트리온과 결혼했는데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이런 여인을 욕망의 대상으로 본 신이 있었다. 제우스였다. 제우스는 알크메네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알크메네의 남편 암피트리온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에 그의 모습으로 변신해 알크메네의 침실을 침입했다. 그야말로 신 중의 신 제우스를 불륜의 끝판왕으로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지경이다. 알크메네의 침실에 들어간 제우스는 불이 꺼진 상태에서 알크메네의 의심을 풀기 위해 전리품을 선물로 주고 전쟁터에서 싸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알크메네는 의심의 여지 없이 제우스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

 

다음날 전쟁터에서 돌아온 암피트리온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알크메네와 잠자리를 가졌고 얼마 뒤 알크메네는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그들이 바로 이피클레스와 헤라클레스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암피트리온은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말았다. 암피트리온은 어떻게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확신했을까? 헤라는 알크메네가 자신의 남편인 제우스의 아들을 낳자 쌍둥이가 누워있는 방에 독사 두 마리를 풀어 쌍둥이를 죽이려고 했다.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들리자 암피트리온은 재빨리 아이들 방에 들어갔는데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울고 있는 이피클레스와 달리 헤라클레스는 양손에 뱀을 한 마리씩 쥐고 있었다. 이때 헤라클레스의 나이는 겨우 생후 십 개월에 불과했다. 이 광경을 보고는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알아차렸고 아내 알크메네를 장작더미 위에 묶어놓고 불에 태워 죽이려고 했다. 다행히 제우스가 급하게 소나기를 내려 불을 껐고 나중에 제우스는 이 부부의 화해를 중재했고 훗날 암피트리온은 헤라클레스를 자신의 양아들로 삼았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를출산하는 알크메네. 사진>구글 검색


한편 알크메네가 헤라클레스를 출산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헤라의 방해 때문이었다. 남편 때문에 헤라만큼 속을 썩힌 아내가 있을까. 헤라는 자신의 남편 제우스와 바람을 피워 생긴 아이의 출산을 막기 위해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자매를 불러 출산을 막아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했다. 에일레이티이아와 모이라이는 알크메네의 산실 문턱에서 무릎을 감싸고 양손을 깍지 낀 자세로 주술을 써서 알크메네가 무려 9일 동안이나 진통하게 만들었다. 신이 남성의 일하는 고통에 견줘 여성에게는 출산의 고통을 주었다고들 하는데 알크메네 만큼 출산의 고통을 경험한 여성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이를 지켜보던 알크메네의 몸종 갈린티아스가 꾀를 내었다.

 

갈린티아스는 알크메네의 산실을 뛰어나가면서 제우스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고 소리쳤다. 문턱에서 알크메네의 출산을 방해하는 주술을 쓰고 있었던 에일레이티이아와 모이라 자매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에일레이티이와와 모이라이는 놀란 나머지 출산을 가로막고 있던 주술을 풀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알크메네는 헤라클레스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신들은 자신들을 속인 갈린티아스를 족제비로 변신시켰고 그녀가 입으로 자신들을 속였으므로 앞으로 새끼를 낳을 때 입으로 낳는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족제비가 귀로 임신해 새끼를 낳는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인식이 이 때부터 생겼는지 아니면 이 신화가 회자 되기 전부터 그렇게 믿어왔는지 알 수는 없다. 헤라의 방해로 극심한 출산의 고통을 겪었던 알크메네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헤라의 별다른 탄압 없이 생을 마쳤고 제우스는 전령 헤르메스를 통해 알크메네를 엘리시온으로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알크메네는 라다만티스와 결혼했다고 한다.

 

참고로 엘리시온(Elysion)은 복된 자들의 땅으로 신들의 총애를 받은 영웅들이 불사의 존재가 되어 삶을 마친 뒤에 들어가는 땅을 말한다. 흔히 엘리시온 들판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유명한 거리 샹젤리제가 바로 엘리시온의 들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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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기나, 개미족 전사가 트로이 전쟁의 숨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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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아이기나

 

호머의 대서사시<일리아드>나 페터슨 감독의 영화<트로이>를 본 독자라면 미르미돈 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르미돈 족은 그리스 신화 속 전설적인 종족으로 그리스 북부 테살리아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호머의<일리아드>에 의하면 트로이 전쟁 당시 미르미돈 족은 아킬레우스의 부하들로 누구보다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미르미돈 족은 스파르타 전사들만큼이나 호전적이었다고 한다. 한편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 자신이 바로 미르미돈 족 후예이기도 했다. 이런 미르미돈 족이 원래는 개미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미가 어떻게 인간이 되었을까? 바람둥이 제우스의 연인 중 한 명이었던 아이기나의 행적 속에 그 답이 있다.

 

아이기나(Aegina)는 강의 신 아소포스와 물의 님페 메토페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제우스와 사이에서 아이기나 왕국의 전설적인 왕 아이아코스를 낳았다. 아이아코스는 텔라몬과 펠레우스의 아버지로 펠레우스가 테티스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다. 한편 아이기나는 오푸스 출신의 악토르와 결혼해서 아르고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메노이티오스를 낳았는데 메노이티오스의 아들이 바로 아킬레우스의 둘도 없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이다.


 ▲아이기나와독수리로 변신한 제우스. 사진>구글 검색

 

<일리아드>에 따르면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의 갈등 속에 전투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후 그리스 연합군은 헥토르가 지휘하는 트로이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파트로클로스는 절친이던 아킬레우스를 설득해 보지만 끝내 실패하고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데 후퇴하는 트로군을 쫓아가다 역습을 당해 전사하고 만다.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전투에서 손을 떼고 있던 아킬레우스는 절친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이후 친구의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전투에 참여해 헥토르를 죽이게 된다. 아이기나 후손들의 트로이 전쟁에서의 활약은 이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제우스는 아소포스의 딸이자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님페 아이기나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그동안다양한 변신술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워왔던 제우스는 이번에는 독수리로 변신해 아이기나를 납치해서 아티카 근처 오이노네 섬으로 데려갔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이아코스였다. 이때부터 오이노네 섬은 아이기나 섬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아이아코스는 아이기나 섬의 왕이 되었다. 늘 그랬듯 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가 이 상황을 두고만 볼 리 없었다. 헤라는 아이기나 섬에 역병을 내리고 무서운 괴물을 보내 거의 모든 섬 주민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아이아코스가 기댈 곳은 아버지 제우스 밖에 없었다. 아이아코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백성들을 다시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영화 '트로이'에 등장하는 아킬레우스와 미르미돈 족 전사들. 사진>구글 검색

 

제우스는 어떻게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자의 세계 타르타로스에 한 번 들어가면 누구든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이것은 세상의 질서였다. 참고로 이 법칙을 어기고 하데스의 분노를 산 인간이 있었다.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였는데 뛰어난 의술로 죽은 자를 살리는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하데스는 세상의 질서를 파괴한 아스클레피오스 때문에 타르타로스에 들어올 자가 없을 것을 염려해 제우스에게 분노를 표시했다. 이에 제우스는 번개로 아스클레피오스를 내리쳐 죽였다고 한다.

 

어쨌든 제우스는 세상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다. 죽은 자를 살리는 것 빼고는 신 중의 신 제우스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제우스는 아이기나 섬의 땅을 기어다니는 수많은 개미들을 사람으로 변하게 했다. 아이기나 섬은 다시 인간들로 북적이게 되었는데 아이아코스는 이들이 개미에서 생겨난 사람이라고 해서 미르미도네스(개미족)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의 백성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미르미돈 족이 훗날 아킬레우스의 부하가 되어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 전쟁을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신해 아이기나를 납치한 후 강의 신 아소포스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딸을 찾아 그리스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만 땅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런데 딸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이가 나타났다. 바로 코린토스의 왕 시시포스였는데 자신의 아크로폴리스에 샘물이 솟게 해주면 딸의 행방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코린토스 아크로폴리스에 샘물이 솟게 해 주자 시시포스는 독수리 한 마리가 아이기나를 품에 안고 오이노네 섬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 주었다. 아소포스는 곧바로 오이노네 섬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제우스가 이 사실을 알고 번개를 내리쳐 되돌아가게 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아소포스 강의 바닥에는 제우스의 번개에 탄 검은 돌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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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오베, 제우스와 관계를 맺은 최초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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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니오베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헤라에게 끝없는 박해를 받았던 이오를 기억할 것이다. 제우스는 헤라에게 이오와의 밀회 현장이 들키자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헤라는 구름 사이로 둘의 밀회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헤라는 시치미를 딱 떼고 제우스에게 졸라서 이오가 변신한 암소를 차지하게 된다. 헤라는 눈이 백 개 달린 아르고스에게 암소를 감시하게 한다.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는 한 번에 두 개의 눈만 감은 채 자기 때문에 이오의 모든 행동은 아르고스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비록 불륜이었지만 자신의 연인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이오를 구출하도록 지시한다. 헤르메스는 피리를 불어 아르고스가 잠에 빠지도록 한 다음 목을 쳐 죽이고는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린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을 공작새의 꼬리에 붙여 놓았다. 헤라를 상징하는 새이기도 한 공작새의 꼬리가 그렇게 화려한 것도 빛나는 아르고스의 눈 때문이다. 제우스의 연인을 감시하다 죽은 아르고스이지만 아르고스 자신도 사실은 제우스의 연인 후손이기도 했다. 바로 니오베(Niobe)였다.


 ▲헤르메스의피리 소리에 잠이 든 아르고스. 사진>구글 검색

 

니오베에서 아르고스까지 연결되기까지는 복잡한 관계를 거친다. 니오베는 오케아노스의 아들이자 강의 신인 이나코스와 배다른 누이동생 멜리아의 아들 중 한 명인 포로네우스와 텔레디케의 딸이다. 니오베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펠라스고스와 아르고스라는 아들을 낳게 되는데 아르고스가 에우아드네와 결혼해 얻은 4명의 자식 중 에크바소스의 손자가 바로 백 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였다.

 

니오베에 관한 기록은 많지 않지만 니오베가 제우스와 관계를 맺은 최초의 여인이었다는 것만은 아폴로도로스의<비블리오테케>에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르고스도 제우스의 최초의 아들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 아르고스는 눈이 백 개 달린 고손자 아르고스와는 다른 인물이다. 아르고스는 외할아버지인 포로네우스로부터 펠로폰네소스 지역을 다스리는 왕권을 물려받게 되는데 아르고스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왕국의 이름을 아르고스라고 지었다고 한다. 즉 니오베의 아들 아르고스는 아르고스 왕국의 시조가 된다.

 

아르고스 집안은 헤라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지는데 다른 문헌에 따르면 눈이 백 개 달린 아르고스 뿐만 아니라 니오베의 아들 중에 이아소스가 있었는데 이아소스의 딸이 바로 이오였다고 한다. 결국 니오베 후손 중 한 명은 제우스의 불륜 상대가 되고 또 한 명 눈이 백 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는 그 불륜을 감시하기 위해 헤라의 조력자가 되는 셈이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리스 신화를 읽어본 독자라면 제우스의 연인 니오베보다는 동명의 다른 니오베를 더 잘 알 것이다. 오만 때문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로부터 집안이 몰살당했던 니오베와는 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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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에, '매트릭스'의 오라클과 델포이의 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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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16 다나에

 

영화 매트릭스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분)는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가 노예로 전락한 인류를 구할 구원자라고 믿는다. 모피어스의 믿음과 달리 네오는 자신의 이런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모피어스는 네오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오라클(글로리아 포스터 분)을 만나게 한다. 오라클을 통해 네오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라클은 네오의 눈을 쳐다보며 당신은 구원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라클은 실망해서 자리를 뜨는 네오에게 쿠키를 건네며 이제는 믿음을 가지라는 묘한 말을 남긴다. 이 때 네오는 부엌 출입구 위에 걸린 명판을 보게 된다. 그 명판에는 라틴어로 테메트 노스케(Temet Nosce)’라고 쓰여 있다.

 

신탁;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

 

테메트 노스케는 우리말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뜻이다. 흔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리스 델포이 신전에 있는 말이라고 한다. 또 영화 매트릭스에서 글로리아 포스터가 연기한 오라클은 신탁이라는 뜻으로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신탁이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신의 응답을 말한다. 많은 종교의 원시적 단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그 흔적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 파르나소스 산 중턱에 있는 델포이 신전은 아폴론의 신탁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동굴 틈 사이에서 이상한 증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이 증기를 마신 사람은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기도 하고 무의식 중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곤 했다.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신을 대신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300’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 걸로 기억된다.

 

▲영화 '매트릭스'의 오라클, 오라클은 신탁 신전의 무녀에 해당한다. 사진>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서 신탁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 운명이 때로는 비극이 되기도 했고 희극이 되기도 했다. 크로노스와 제우스 부자는 신탁 때문에 각각 아버지를 죽이고 신들의 왕이 되었다.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을 것이라는 신탁 때문이었다. 문제는 신탁이 반드시 명료한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녀가 신의 뜻을 전달하거나 무녀의 전달 내용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해석되기 때문에 때로는 궤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델포이 신탁의 경우 지하에서 솟아나는 가스 때문에 일시적인 정신착란 현상이 신들린 모습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델포이 신전에 있는 테메트 노스케’, 너 자신을 알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신탁의 애매모호성을 대변하는 말이라 하겠다. 여기 신탁 때문에 비극적 삶을 살았던 또 한 명의 여인이 있다. 바로 다나에(Danae).

 

바람둥이의 끝판왕, 제우스

 

다나에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우스의 딸이었다. 아크리시우스 왕은 딸이 낳은 아들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들었다. 신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어지는 법. 손자에 의해 살해당할 운명이 두려웠던 아크리시우스 왕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 다나에를 청동으로 만든 탑에 감금했다. 미래의 막연한 불행 때문에 어떻게 딸을 감금할 수 있을까 싶지만 신화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매정하지만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나에도 외모만큼은 인간 세상에서 누구 못지 않았던 모양이다. 난봉꾼 제우스의 눈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나에와황금비로 변신한 제우스. 사진>구글 검색

 

다나에를 마음에 두었던 제우스는 다나에와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이번에는 황금비로 변신해서 청동탑 지붕의 틈새로 스며들어 다나에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바람둥이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다나에가 황금비로 변신해 들어온 제우스와 관계에서 태어난 이가 바로 페르세우스였다. 문제는 신탁에 따르면 다나에의 아들, 즉 아크리시우스 왕의 손자 페르세우스가 아크리시우스 왕을 살해할 것이라는 운명이었다. 아크리시우스 왕은 차마 제우스의 아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아무리 불륜이라지만 신과 인간 세계의 제왕이었던 제우스에게 도전할 신과 인간은 없었다.

 

신탁은 끝내 이루어진다

 

아크리시우스 왕은 다나에와 손자 페르세우스를 커다란 상자에 넣어 바다에 던져 버렸다. 제우스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이자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부탁해 다나에와 페르세우스 모자가 들어있는 상자를 안전하게 세리포스 섬에 도달하게 했다. 세리포스 섬의 왕 폴리덱테스의 동생인 딕티스가 이 상자를 발견하고는 두 모자를 돌보게 되었다. 하지만 폴리덱테스 왕이 다나에에게 연정을 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성인이 된 페르세우스는 폴리덱테스 왕으로부터 어머니 다나에를 보호해 주었는데 폴리덱테스 왕도 집요했다. 페르세우스가 없는 사이에 다나에를 겁탈하기 위해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는 것은 큰 일이 아니었다. 아테나와 헤르메스의 도움으로 메두사를 죽이고 머리를 가지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중에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관련된 신탁을 듣게 되었다. 즉 페르세우스 자신이 외할아버지인 아크리시우스 왕을 살해할 것이라는. 이 신탁 때문에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로 돌아가지 않고 라리사라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신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페르세우스는 라리사의 왕이 개최한 창던지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그 자리에 아크리시우스 왕이 있었다. 페르세우스가 던진 운명의 창은 외할아버지인 아크리시우스 왕의 심장에 꽂히고 말았다. 참고로 페르세우스의 아내가 바로 어머니 카시오페이아의 버림을 받은 안드로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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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티아, 늘 곁에 있지만 존재감은 제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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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의 12헤스티아 


성냥이 최고의 집들이 선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더불어 양초도 빠지지 않았다. 전기가 귀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새로 이사온 집 살림살이가 불처럼 활활 타오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전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불은 공기나 물처럼 흔하디 흔한 그래서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집들이 선물도 성냥이나 양초에서 화장지나 세제로 다시 집주인이 필요로 하는 자그마한 선물로 대체되고 있다 


불과 관련된 이야기들 


참고로 필자 세대의 남성들에게 성냥은 집들이 선물보다는 우정과 의리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한류처럼 1980년대는 홍콩 느와르 열풍이 대단했던 시절이었다. 특히 영화 영웅본색속 주인공 주윤발의 폼나는 낡은 바바리코트나 선글라스는 그저 그런 흔한 장면에 불과했다. 오히려 늘 입에 물고 있던 성냥 한 개비가 당시 중고등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주윤발을 따라 하느라 질근질근 씹어 버린 성냥개비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남학생들에게는 그게 멋이고 폼이었으니까. 


불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자면 원더우먼도 빼놓을 수 없다. 원더우먼은 1941년 거짓말 탐지기를 개발한 심리학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William Moulton Marston, 1893~1947, 미국)이 찰스 몰턴이라는 필명으로 두 명의 아내에게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슈퍼히어로 캐릭터이다. 원더우먼의 능력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그것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원더우먼은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과 아테나의 지혜, 마법의 샌들을 신은 헤르메스의 빠르기를 갖춘 최강의 액션 전사였다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원더우먼' 중에서. 사진>구글 검색


여기에 진실의 올가미라는 원더우먼의 무기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았다. ‘진실의 올가미는 헤파이스토스가 가이아의 황금 벨트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의 불까지 더한 최고의 무기로 절대 끊어지지 않고 진실을 말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밖에도 원더우먼은 제우스가 선물한 갓 킬러라는 검도 가지고 있었고 건틀렛이라는 팔찌, ‘란시나 원반이라는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늘 다른 슈퍼히어로와 같이 출연했을 뿐 단독으로 출연한 만화나 영화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원더우먼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원더우먼 단독 주연 영화가 곧 개봉된다는 소식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존재감 제로 헤스티아의 운명, 인류와 영원히 같이 한다 


그리스 신화 속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처럼 동양에도 불을 다루는 신이 있었다. 중국 신화 속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이 불을 다루는 신이었다.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등 불은 인간의 식생활이나 주거 생활에 필수적이며 삶을 풍족하게 해 주는 근원이기 때문에 부엌의 신인 조왕신은 그 집의 재물복을 관장하는 신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조왕신은 자녀를 보호해주는 부엌의 신으로 알려졌는데 예로부터 어머니들은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조왕신에게 자식의 건강과 안녕을 빌기도 했다. 인류 발전의 기초가 되었던 것이 불의 발견이었지만 공기나 물처럼 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불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리스 신화 속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처럼∙∙∙. 


 ▲불을지키는 헤스티아. 사진>구글 검색


헤스티아(Hestia)는 불과 화로의 여신으로 올림포스의 12 으뜸신 중의 한 명이다. 가정용 히타 중에 베스타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베스타가 바로 불과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의 로마신화 버전이다. 헤스티아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육남매 중 장녀로 알려졌다. 알다시피 헤스티아의 형제들로는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가 있다. 아버지 크로노스의 엽기적인 행각 때문에 막내로 태어난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주인이 된 이야기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 싶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육남매 중 헤스티아의 존재감은 하도 미미해서 신화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헤스티아를 쉽게 기억해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헤스티아의 미미한 존재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헤스티아를 사랑한 신들이 있었다.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이자 조카가 되는 아폴론과 자신의 남동생인 포세이돈이었다. 아폴론과 포세이돈은 헤스티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지켜본 헤스티아는 영원히 순결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 그러자 제우스는 헤스티아에게 순결을 지킬 권리를 부여하고 인간이 바치는 제물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또 인간의 가정과 신들의 신전에서 숭배 받을 영예도 부여 받는다. 


헤스티아는 올림포스의 열두 신에 속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트로이 전쟁에서 신들이 편을 갈라 치열하게 싸울 때도 헤스티아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오로지 불만 지키는 신이었다. 많은 화가들이 올림포스의 신들을 그렸지만 그녀를 그린 화가는 없었을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제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불이 그렇게 미미한 존재인가! 너무 익숙해져서 존재감이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지 불은 인간 생활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될 물질이다.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 등 대부분의 신이 지금에 와서는 관념적인 존재에 그치고 있지만 헤스티아만은 묵묵히 인류의 곁을 지켜왔고 인류와 영원히 같이 할 유일한 신이 아닐까? 신화가 불의 여신, 화로의 여신으로 묘사한 것도 이런 불의 극과 극의 존재감을 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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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잔인할만큼 순결한...연인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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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의 12신 ②아르테미스(Artemis)


루이 14세가 말했다는 '짐은 국가다'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했던 볼테르(Voltaire, 1694~1778)의 창작이었다고 한다. 사실은 루이 14세가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은 '짐은 이제 죽는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리라'였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제군주였던 루이 14세(Louis ⅩⅣ, 1638~1715)는 스스로를 '태양왕'이라고 칭했다. 즉 스스로를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에 비유했고 그에 걸맞게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도 태양 형상으로 조각하고 많은 양의 아폴론 조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루이 14세는 스스로 태양의 신, 아폴론이 되기 위해 온갖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백성들의 혈세가 필요했다. 백성들의 원성이 분노로 바뀌고 있었지만 루이 14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음식과 여자에 탐닉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아무리 스스로를 신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루이 14세는 죽음 앞에서 비로소 올바른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죽기 전 루이 15세(Louis ⅩⅤ, 1710~1774)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를 닮지 말거라. 화려한 건축물에 마음을 쏟지도 말고, 전쟁을 좋아하지도 말아라. 이웃나라와 싸우기보다 화친하도록 애쓰거라. 늘 신을 경건히 섬기고, 백성들이 신을 편안히 섬길 수 있게 돕거라.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주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장 마르크 나티에가 그린 '아르테미스로 분장한 퐁파두르'. 사진>구글 검색


하지만 할아버지뻘인 루이 14세의 실패와 조언에도 불구하고 루이 15세도 정치를 썩 잘했던 것 같지는 않다. 예리한 감수성과 두뇌를 가졌지만 성격이 소심하고 방탕하여 엄격해야 했던 정치를 멀리 했다고 한다. 특히 결단력이 부족했던 루이 15세는 애첩인 퐁파두르(MarquisedePompadour, 1721~1764) 의 간언에 따라 전쟁을 일삼아 재정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백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결국 루이 15세의 실패는 훗날 프랑스 혁명으로 가는 과정이 되고 말았다. 루이 15세가 자신의 애첩 퐁파두르를 사냥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 모습으로 묘사하게 한 것도 그가 얼마나 퐁파두르에 의존했는지를 알 수 있다. 


출산의 여신으로서의 아르테미스


루이 15세는 그의 애첩 퐁파두르를 달의 신비를 간직한 여인으로 묘사하고 싶었겠지만 실은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이제 그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르테미스와님프들. 사진>구글 검색


아르테미스는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폴론의 누나였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와 레토의 딸이었는데 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의 질투와 방해로 태어나지 못할 뻔 했다. 제우스가 헤라 몰래 레토와 사랑을 나누고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자 헤라는 레토가 이 세상에 해가 비치는 곳에서는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으리라는 저주를 내렸다. 레토는 출산할 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으나 이 세상에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제우스는 레토가 지상 어느 곳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포세이돈에게 도움을 청했다. 포세이돈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땅을 솟아오르게 해서 레토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이 섬이 바로 델로스였다. 


델로스 섬은 그때까지만 해도 바다 속에 있었기 때문에 헤라의 저주가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자 헤라는 출산의 여신인 에일레이티이아를 시켜 레토의 출산을 방해했다. 레토는 에일레이티이아의 방해로 진통만 할 뿐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헤라의 저주보다 더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제우스는 전령의 여신 이리스를 에일레이티이아에게 보내 레토의 출산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결국 레토는 쌍둥이 중 아르테미스를 먼저 출산했다. 아르테미스가 출산의 여신이 된 데는 이 때부터였다. 먼저 태어난 아르테미스는 곧바로 아폴론의 출산을 도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신화에서는 가능한 설정이었다. 


잔인한 순결의 여신...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신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는 태어나자마자 쌍둥이 동생의 출산을 도왔다는 설정 말고도 또 있었다.


 ▲아르테미스와칼리스토. 사진>구글 검색


아르테미스는 겨우 세살 때 아버지 제우스에게 영원히 처녀로 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제우스는 이런 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아르테미스는 평생 남자들을 멀리한 채 님페들과 숲에서 사냥을 하며 지냈다.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들 역시 순결을 약속해야 했으며 이를 어길 때는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칼리스토였다.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였지만 제우스의 유혹에 빠져 아르카스를 낳았다. 아르테미스 이전에 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가 두고 볼리 없었다. 헤라는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켰다. 사냥의 여신이었던 아르테미스는 곰으로 변신한 칼리스토를 활로 쏘아 죽였다고 한다. 


한편 자신에게 순결을 맹세하고 이를 지키다 죽은 남자를 위해 잔인한 복수를 한 적도 있었다. 바로 히폴리토스였는데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에 따르면 히폴리토스는 테세우스의 아들로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사냥과 운동만을 즐겼다고 한다. 심지어 아르테미스에게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했다고 한다. 히폴리토스를 끔직이도 싫어하는 여신이 있었다. 순결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였다. 아프로디테는 히폴리토스의 맹세를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히폴리토스가 전차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프로디테의 저주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열혈 추종자를 죽인 아프로디테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도니스를 멧돼지의 어금니에 찔려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순결의 여신에게도 연인이 있었다


잔인할 정도로 순결을 강조했던 아르테미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테바이의 사냥꾼 악타이온도 피해자였다. 악타이온은 50마리의 사냥개를 데리고 숲으로 사냥을 갔다가 우연히 아르테미스가 연못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의 알몸을 본 것에 분노한 아르테미스는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하게 한 뒤 그가 데리고 온 50마리의 사냥개들에게 물어 뜯겨 죽게 했다고 한다.   


 ▲아르테미스와오리온. 사진>구글 검색


잔인할 정도로 순결을 지키며 살았던 아르테미스에게도 연인이 있었다. 거인 사냥꾼 오리온이었는데 문제는 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아폴론은 아르테미스가 아버지 제우스에게 맹세했듯이 순결을 지키며 살아가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오리온이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을 떼어놓기 위해 묘책을 내놓았다. 아르테미스의 사냥실력을 얕잡아보는 듯한 말로 아르테미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즉 바다 멀리 떠있는 둥근 물체를 맞출 수 있냐며 아르테미스를 떠본 것이었다. 결국 아르테미스는 그 둥근 물체를 화살로 명중시켰는데 그 둥근 물체가 바로 오리온의 머리였던 것이다. 오리온이 워낙 거인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걷고 있었음에도 머리만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연인을 잃은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일리아드>의 작가 호메로스도 아르테미스를 언급하고 있다. 트로이 원정을 앞둔 그리스 연합군은 바람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되고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저주 때문이었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을 앞두고 사냥을 갔다가 아르테미스에게 봉헌된 성스러운 동물 사슴을 죽이는 바람에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샀다. 아가멤논은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에게 제물로 바치고서야 트로이 원정길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아르테미스는 '포이보스'라는 이름으로 태양의 신으로 여겨졌던 쌍둥이 동생 아폴론에 대응해 '포이베'라는 이름으로 달의 여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 전래동화 '햇님달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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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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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파격이다. 불과 이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치 낯선 길에 들어선 느낌이다. 그것도 새가 울고 꽃이 핀 봄햇살 가득한 길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뤄진 장미 대선의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동안 보아도 못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살아서일까 새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봄날 새벽 공기처럼 신선하기 그지 없다. 격이 없이 시민들을 만날 때면 딱 이웃집 아저씨나 할아버지다. 부창부수일까 영부인은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처럼 근엄함 대신 친근함으로 시민들과 포옹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낡은 구두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함이 느껴지고 독도 강치가 그려진 넥타이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급기야 대통령을 쪼그려 앉아 기다리게 한 간 큰(?) 초딩까지 출연했다. 어디 이뿐인가! 대통령의 인사는 파격 그 자체다. 적과의 동침을 협치로 승화시키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아직껏 여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자리에는 유리천장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추상적으로만 들리던 '희망'이 어렴풋하게나마 실체가 보일 듯 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소회는 아닐 것이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새로운 길/윤동주 -

 

▲사인 받을 종이를 찾고 있는 초등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 사진>인사이트


대한민국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들에 환호를 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일까? 그동안 너무도 비정상적인 일들을 정상적이라고 강요받으며 살아온 탓은 아닐까? 변화하는 시대를 수용하지 못한 이에게 오늘 걷는 길은 어제 걸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일 걸어야 할 길도 과거의 그것에 불과할 것이다. 시인의 말처럼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은 분명 '새로운 길'이어야 한다.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새롭게 맞이할 세상을 위해 늘 성찰하고 글로써 저항했다. 그래서 시인이 어제 걸었던 길은 결코 어제의 그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새로운 길.

지난 사년 동안 어리석은 지도자를 방치한 탓에 새로운 길을 걸어보지 못했다. 드디어 우리가 걷는 새로운 길은 내일도 새로운 길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길은 오년 동안 가슴에 새겨야 할 초심에 달려있다. 초심을 잃는 순간 오늘 걷고 내일 걸을 길은 어제 걸었던 길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비로소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이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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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전속모델 전지현이 썼던 모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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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의 12신헤르메스


대학 시절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리거 박찬호를 두고 꽤 많은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리거여서가 아니라 그가 출연한 CF광고 때문이었다. 박찬호가 특정 업체의 광고에 출연할 때마다 매출이 몇 십 % 증가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면서 광고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게 토론의 주제였다. 기존에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의 가장 큰 목적이 브랜드 이미지 재고였다면 박찬호를 계기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가 매출과 직결되면서 광고의 목표가 다변화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삼성 마이젯 프린터의 전속모델이었던 전지현의 등장도 쇼킹한 장면 중에 하나였다. 이 광고 하나로 전지현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아직도 당시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성공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NHN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였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는 다음을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2004년 네이버는 카페인(iN)과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당시 광고업계 최고모델이었던 전지현을 전속모델로 결정했다. 날개가 달린 초록색 모자를 쓴 전지현의 모습을 담은 광고가 방송된 후 카페와 블로그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폭발했고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사이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저 상큼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네이버의 광고 목적은 분명 포털 사이트답게 신속한 정보전달이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런 이미지 즉 신속성을 떠올릴만한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네티즌이었다면 전지현이 쓴 날개 달린 모자를 보고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Hermes)가 쓰고 다니는 모자를 패러디했기 때문이다. 신화 속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이다. 전지현의 모자는 보다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헤르메스는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신으로도 유명하다. 


 ▲네이버 전속모델 시절 전지현. 사진>공감신문


전령의 신, 상업의 신, 도둑의 신이었던 헤르메스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이다. 헤르메스를 특징짓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독특한 외모다. 날개 달린 모자(페타소스, Petaso)를 쓰고, 날개 달린 신(탈라리아, Talaria)을 신고, 뱀이 감겨있는 독수리 날개가 달린 지팡이(케리케이온, Kerykeion)를 들고 있다. 또 하나는 제우스도 감히 할 수 없는 헤르메스만의 특권이다. 헤르메스는 신과 인간 중에서 유일하게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 여행의 신, 상업의 신, 도둑의 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헤르메스는 페넬로페를 아내로 맞아 판(Pan)을 낳았고, 아프로디테와 사이에서는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를 낳았다. 헤르메스의 깔끔한 이미지와는 달리 자식들은 의외의 신들이다. 판은 산과 들판에 살면서 미소년이나 님페를 쫓아다니는 호색한이었고,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살마키스라는 님페의 짝사랑으로 인해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진 자웅동체가 되었다.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조숙하고 활동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기어나와 마케도니아의 피에리아로 간다. 그곳에서 헤르메스는 아폴론의 소떼를 훔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아폴론도 헤르메스와 아버지가 같은 배다른 형제였다. 어쨌든 헤르메스는 훔친 소떼 중 몇 마리를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고는 다시 요람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누워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폴론은 헤르메스에게 소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지만 헤르메스는 끝까지 발뺌했다. 결국 아폴론은 제우스에게 중재를 요청하고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소를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이 때 헤르메스는 기막힌 흥정을 하는데 아폴론이 음악의 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악기를 내놓았다. 음악의 신이었던 아폴론은 이 악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소떼를 돌려받지 않기로 했고 날개 달린 지팡이인 케리케이온까지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일상에 남아있는 헤르메스의 흔적들


한편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이오와 바람을 핀 데 격분한 헤라가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킨 적이 있는데 제우스의 명령으로 이오를 구해 오기도 했고, 저승의 신 하데스가 납치했던 페르세포네를 그녀의 어머니인 데메테르에게 무사히 되돌려 보내주기도 했다. 또 헤라클레스가 저승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사냥을 위해 저승에 가는 일을 돕기도 했다.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명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아 아내 에우리디케가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 그녀를 하데스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헤르메스. 사진>구글 검색


영어 수요일(Wednesday)이 북유럽 신화의 오딘(Wodan)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문헌에서 오딘은 헤르메스의 로마 신화 버전인 메르쿠리우스(Mercurius)와 동일시 되어 나타난다. 즉 '오딘의 날'인 Wednesday는 '메르쿠리우스의 날'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라틴어로 수요일은 'Dies Mercurii(메르쿠리우스의 날)'이라고 한다.


태양계의 첫번 째 행성인 수성도 헤르메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수성의 영어식 표현인 Mercury가 바로 헤르메스의 로마신화 버진인 메르쿠리우스에 유래했다. 아마도 공전주기가 가장 짧기 때문일 것이다. 즉 가장 빨리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빠르게 움직이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쉽게 연상되었을 것이다. 원자번호 80번 수은(Hg)도 마찬가지다. 수은의 영어식 표현도 수성과 같은 '머큐리(Mercury)'다. 수은은 실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유일한 금속으로 액체로 존재하는 범위도 금속 중에서 가장 좁다. 이 말은 금속 중에서 가장 빨리 액체에서 고체로 변형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헤르메스가 수은의 어원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헤르메스는 행운의 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선물인 행운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요행만을 기다려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행운의 신 헤르메스가 동시에 전령의 신이자 상업의 신이라는 것은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움직이고 도전하는 등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어야 하다는 것을 신화는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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